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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토리 🧸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 네 살 아이의 독립 선언

by 별톡톡✨️ 2025. 4. 18.

좌우 구분 없는 유아 신발도 생겼지만, 아이들은 직접 구분해내는 성취를 배워가는 중이다.

 
오후 3시.
어린이집 하원 인터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띵똥~! 연우 갈게요!"
"엄마! 엄마! 엄마!"

 
자기 이름이 들리자마자 벌떡 일어나 
연우가 사물함에서 가방을 챙기고,
옷걸이에서 겉옷을 가지러
분주히 뛰어다닌다. 

이때부터 교실의 공기가 살짝 달라진다.
아이들의 '독립 선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가 할 거야.”
"내가, 내가!"

“선생님, 내가 할 수 있어요.”


 
4살, 5살, 6살 아이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말을 한다. 
 
유찬이도 그랬다. 
할머니가 오셨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방을 들고 옷걸이 쪽으로 달려간다.
작은 손이 허둥지둥 외투를 꺼내고,

한쪽 소매가 뒤집힌 채 팔이 엉켜도
혼자 해보겠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
팔을 넣었다가 다시 빼고,
왼쪽과 오른쪽을 가늠해 가며
몇 번이나 점퍼 입기를 시도한다.
 


그 사이, 또다시 띵똥! 
또 한 명의 아이 이름이 교실을 가른다.
보호자가 1층에서 하원할 아이를 기다린다는 신호다. 

어린이집엔 엘리베이터가 없지만, 승강기를 타면 아이들은 늘 자기가 버튼을 누르겠다고 나선다. 그만큼 '내가 한다'는 경험은 아이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예전엔 서두르기도 했다.
“유찬아 엄마 기다리셔. 얼른 내려가자.”

하지만 지금은,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의 마음이 다칠까봐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보호자에게도 말한다.
“오늘은 유찬이가 혼자 해보고 싶대요.
조금만 기다려주셔도 괜찮을까요?”

유찬이는 지퍼도 혼자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지퍼 머리를 맞추느라
작은 손가락이 몇 번이나 미끄러진다.
그러다 조용히 말한다.
“선생님, 이것만 도와주세요…”

나는 무릎을 굽히며 말해준다.
“선생님도 어렸을 땐 못했어.”
“정말요?”
“응. 근데 조금만 크면,
유찬이도 선생님처럼 할 수 있어.”

유찬이가 안도하며 방긋 웃는다.

시작만 도와주면
그다음은 스스로 손을 모아 지퍼를 끝까지 올린다.
“선생님! 이거봐! 유찬이가 했어!”
라고 뿌듯해하며, 하이파이브를 청한다. 
나는 손바닥을 쫙 펴고, 힘껏 하이파이브에 응한다. 

 

지퍼 달린 옷이 아닌
똑딱이 단추를 채우는 건 옷을 입고 오는 날엔,
늘 먼저 말한다. 
"선생님! 이건 진짜로 힘이 많이 필요해요!"


이마에 땀이 맺힐 만큼
두 손으로 꽉 누르며 시도하다
결국엔 “선생님, 도와주세요…”라고 말한다.

 
가방을 메고,
지퍼를 올리고,
자기 옷을 고르고,
신발을 맞춰 신고,
스스로 준비해서 1층으로 내려가는 일까지.
그 모든 행동은
“나도 할 수 있어요”라는
말 없는 연습이다.

이를 닦고, 물도 혼자 따라 마신다. 아이는 매일 조금씩 독립해간다.


가방도 스스로 메겠다고 선언한다.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끈을 다시 걸치고,
가방이 뒤로 쳐지지 않도록 장착된 앞 버클까지 채우면,
아이들은 그제서야, 할 일을 1차 마친 것처럼 말한다. 

“선생님, 유찬이가 했어요!”

작은 발로 방방 뛰는 그 모습에는
형, 누나, 오빠, 언니가 되어가는 기쁨이 담겨 있다.
하루하루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쌓이는 시간이다. 

신발끈 하나에도 진심인 아이. 지금 이 순간, 작은 손이 세상과 부딪히며 배우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도전.
1층 신발장 앞.
신발을 찾아 바닥에 놓는다. 
오른쪽 왼쪽 신발 방향을 가늠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방향을 잘 찾았지만, 
이번에는 발등이 걸려 다시 뺐다가, 
두 손으로 신발 입구를 벌려 다시 발을 집어넣는다. 


그런데, 아이쿠! 
뒤축이 접혀 발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자세를 다시 고쳐 앉은 다음,
다시 한번 천천히 도전한다.
(이때 살짝 보호자분들이 도와주시기도)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보다,
아이의 ‘할 수 있음’을 믿는 마음이 더 커서다.
 
아이들에게 ‘하원’ 시간만이 아니라,
하루의 모든 순간이 그렇다.
밥을 먹는 시간도,
물을 따라 마시는 순간도,
이를 닦는 시간도,
반복적인 성장의 시간들이다.


나는 오늘도 하원 인터폰이 울릴 때마다
가슴속에 같은 다짐을 되새긴다.

내가 멈춰야, 아이가 나아간다.
내가 서둘러 마무리하지 않아야
아이 스스로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이건 유찬이의 이야기이자,
매일 교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아이들의 “내가 할 수 있어요"라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선언을 들은 사람으로서,
나는 오늘도 마음 깊이 대답한다.
“그래, 얘들아! 할 수 있어.”
 

🧸 아이들과 함께한 따뜻한 순간, 육아 인사이트
아이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가명과 재구성된 사례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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