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중 하나는 단연 공룡이다. 힘세고 멋진 외형,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
그래서일까, 공룡 쟁탈전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오늘도 그랬다.
다빈이가 먼저 공룡 장난감을 꺼내 놀고 있었고,
하준이가 다가와 다빈이 손에 있던 공룡을 갑자기 빼앗았다.
“내가 먼저야!”
“나도 갖고 놀고 싶어!”
둘 사이엔 금세 긴장이 감돌았다.
다빈이는 억울함에 울음을 터뜨릴 듯했고,
하준이도 뺏긴다는 생각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직 4살, 유아에겐
“내 거야!”, “나 먼저!” 같은 말이 너무도 당연한 시기다.
그 순간, 옆에서 블록 놀이를 하던 늠름이가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 가위 바위 보 하나 빼기 하면 어때요?”
나는 놀라서 늠름이를 바라보았다.
이 상황의 당사자가 아닌 아이가 갈등을 지켜보다가 제안한 해결책.
그건 4살 아이가 보여준 멋진 중재의 순간이었다.
물론 그 제안 하나로 아이들의 공룡 쟁탈전이 해결된 건 아니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늠름이의 제안을 말로 건네며 차근차근 다독이자,
결국 다빈이와 하준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가위 바위 보! 하나 빼기!”
이긴 아이가 먼저 공룡을 가지고 놀고,
진 아이는 잠시 기다리기로 약속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껏 뾰로통했던 얼굴이 점점 풀리며,
아이들은 다시 웃으며 공룡 놀이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내가 늠름이에게 물었다.
“늠름아, 이건 어떻게 생각한 거야?”
“교회에서 배웠어요. 선생님이 가르쳐주셨어요. 가위바위보… 하나, 뻬기… 이렇게…”
늠름이는 일어서더니, 아주 진지한 얼굴로
자신이 배운 걸 한번 더, 또박또박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늠름이가 기억을 되살려 친구들을 도울 방법으로 꺼내놓는 그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4살, 아직 ‘양보’는 어려운 나이
- 자기중심적 사고는 이기심이 아니다
4살은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사고(egocentric thought)'가 강한 시기다.
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이 시기를 ‘전조작기’라고 정의하며, 이 시기의 아이들은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다솜이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스티커를 내 팔에 붙이며 말한다.
"선생님 이거, 선물이야!"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니까 선생님도 당연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직 타인의 입장을 분리해서 인식하기 어려운 발달 특성이다.
따라서 유아가 친구들의 갈등을 지켜보다가 스스로 해결책을 제안하고, 그 방식이 실제 놀이 안에서 적용되었다는 것은 발달 단계상 특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늠름이는
배운 것을 기억했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했고,
친구들을 도왔다.
양보라는 개념을 실천하긴 이르지만,
‘기다리기’, ‘차례 지키기’, ‘다른 친구의 감정 살피기’ 같은
사회적 기술은 놀이 속 경험을 통해 자란다.
유아 갈등 상황, 이렇게 중재해요
① 감정을 먼저 공감해주기
→ “다빈이가 먼저 놀고 있었구나. 그래서 속상했겠다.”
→ “하준이도 공룡이 너무 좋아서 가지고 싶었구나.”
② 아이 스스로의 제안을 귀하게 여겨주기
→ “늠름이가 좋은 생각을 했구나.”
→ 해결책을 직접 낸 경험은 자기 효능감을 키워준다.
③ 차례를 정하고 기다리는 연습 시도해보기
→ 놀이의 순서를 정하거나
→ 타이머를 이용해 교대하기
아이들은 오늘도
작은 갈등 속에서 세상을 배워간다.
공룡을 누가 먼저 가졌는가는 결국 사소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함께 놀았느냐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 본 글에 사용된 아동 관련 이미지는 아이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실제 촬영 이미지가 아닌 AI 생성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미지 속 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니며, 본문의 사례와 무관합니다.
이미지 출처: ChatGPT DALL·E 3 (AI 이미지 생성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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