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아투아 tour à tour,
압구정 어느 빵집 이름이다. ‘차례로, 번갈아’란 뜻의 불어. 뜻을 알고 나니, 오늘의 만남과 딱 맞아떨어졌다.
5월 파리 패션쇼를 앞둔 디자이너 케이킴 선생님과 잡지사 편집장인 선배, 그리고 나. 오랜만에 우리가 만났다. 오후 일정이 빠듯했던 우리는, 점심 먹으러 가는 시간을 아끼고 싶었다. 나는 프랑스풍 '투아투아' 베이커리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골라 디자이너 쇼룸으로 향했다.
디자이너 케이킴의 세계로 통하는 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면. 딥블루 커튼과 새들이 천장과 바닥에 그대로 반사되어, 공간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왼편엔 그녀의 의상을 입은 모델 사진이 걸려 있고, 쇼룸은 그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공간은 처음부터
미디어 아트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어.
_ Kay Kim
천장과 바닥에 반사된 새의 궤적이 어느새 하나의 미디어 아트로 다가왔다. 그 장면을 뒤로하고 우리 셋은 왼쪽으로 몸을 돌려, 쇼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한 명씩 그동안의 이야기를 꺼냈다. 각자의 자리에서 지나온 시간들이 ‘투아투아’라는 이름처럼, 테이블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케이킴은 에스파 뮤직비디오 의상 작업에도 참여했을 만큼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고, 선배는 여전히 업계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는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N잡러로 일하며 사이사이 글을 쓰는 게 요즘 일상이다.
재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잡지사 에디터였고, 그녀는 이미 국내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였다. 나는 패션 화보를 기획하고, 그에 맞는 의상과 모델, 사진작가를 섭외해서 촬영이 진행되도록 조율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기사로 쓰는 일이 내 일이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옷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나는 그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의 장면을 함께 만들어냈다.
오늘은 5월 파리 패션쇼에 관한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패션쇼가 열릴 공간의 분위기부터 초대될 인물, 런어웨이를 채울 모델 이야기까지. 디자이너의 머릿속엔 이미 한 편의 쇼가 완성돼 있었다.
쇼룸엔 그녀의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쇼 의상들이 정리돼 있었지만, 그 무엇도 지금은 공개할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모든 것은 5월, 파리에서 처음 베일을 벗는다.
의상 너머의 장면들
그녀의 쇼룸은 여전히 패션에만 머무르지 않는 예술 공간이었다. 입구에는 딥 블루 톤의 커튼이, 쇼룸엔 실버 컬러의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블루 구간은 미디어 아트를 위한 공간, 실버 커튼 구간은 옷과 공연을 위한 무대였다. 쇼룸은 하나의 퍼포먼스 공간이자, 관객을 초대할 수 있는 무대였다. 그녀는 지금도 같은 말을 꺼낸다.
옷이 몸을 만들어.
몸의 리듬과 감정이
진짜 재단선이 되는 거지.
_ Kay Kim
이 말은 우리가 입는 옷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느끼고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옷차림부터 바꾸고, 누군가는 평소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날, 자연스럽게 편한 옷을 고른다. 입는 옷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고, 걸음걸이나 표정, 심지어 생각의 방향도 달라진다. 옷은 몸을 구성하는 하나의 언어다.
물론 옷을 재단할 때 치수와 패턴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위에 더 섬세한 기준을 얹는다. 사람의 감정과 움직임, 태도에서 읽히는 리듬을 따라 그 사람에게 진짜로 어울리는 선과 구조를 완성해낸다.
몸은 옷을 통해 다시 정의되고,
감정은 옷 위에 조형된다.
그래서 kay kim의 옷은,
몸의 ‘겉’이 아니라 몸의 ‘결’을 따라간다.
오는 5월, 파리에서 펼쳐질 그녀의 패션쇼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투아투아, 차례차례 나오는 행복
이제부터는 투아투아의 빵 이야기.
단순한 재료로 깊은 맛을 낸다는 건,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곳을 꼭 소개하고 싶었다.
투아투아(Tour à Tour)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있는 천연 발효종 사워도우 베이커리 카페다. 외관부터 프랑스 남부 시골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풍긴다.
하드 계열 식사빵이 중심 메뉴로, 깜빠뉴, 바게트, 치아바타 등 식사로 충분한 빵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브런치 메뉴로는 샌드위치, 수프, 커피, 티라테, 콤부차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투아투아 - 공간 스케치
투아투아에서 내가 고른 샌드위치는 무화과 브리 잠봉, 살구 브리 잠봉, 몬테 하몽 코다 치즈. 속재료는 부드럽고 신선했지만, 빵은 꽤 단단했다. 그럼에도 셋 다 이구동성으로 "맛있다!"
이날 우리의 모든 대화는 투아투아라는 이름처럼 차곡차곡 쌓여갔다.
※ 제가 고른 빵들은 식감이 단단했어요. 치아가 민감한 분들은 신중하게 고르는 걸 추천해요!
📍 투아투아 (Tour à Tour)
압구정 로데오 천연발효종 사워도우 베이커리 카페
압구정로 48길 34
월-목: 9am-7pm / 금-일 : 9am-8pm
🧵 디자이너 케이킴의 더 많은 작업과 아카이브는
[Kay Kim 공식 홈페이지](https://kaykim.c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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