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오더니,
아침까지 하늘은 좀처럼 개지 않았습니다.
한국 날씨는 어떤가요?

오늘 아침 식사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음료는 따뜻한 콩물과
라임즙을 짜 넣은 라임수예요.
간소하지만 속이 든든합니다.
밖에 나가보니 문 앞에
풍뎅이 한 마리가 누워 있더군요.
아무래도 이 친구는 비가 많이 내려
밤사이 조용히 요단강을 건넌 것 같습니다.

텃밭 한 켠에선 상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코코넛 잎 사이로 빗물이 흐르고,
파파야 나무도 잘 자라고 있네요.
굿모닝! 부라더!
서울은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린 덕분에
오늘 아침, 하늘이 활짝 열렸어.
비가 다 씻어내고 가서 공기까지 투명해.
지금 곤지암 보원요,
지헌 선생님 댁에 놀러 가는 길이야.
작년 가마 불 때던 날,
우리 가족이 다녀왔던 게 생각나서
그때 찍은 사진을 다시 찾아봤어.



🌼 들국화 샹들리에
“전시실 가봤어?”
“국화 봤어?”
해마다 가마잔치 날,
선생님의 최고의 퍼포먼스 중 백미는
전시장 천장에 걸린
노란 들국화 샹들리에가 아닐까 싶어.
사진으로 보면 한 다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아름을 훌쩍 넘는 크기야.
두 팔로 안아야 할 만큼 풍성해.
선생님은 작품에서도 자연의 미를 따르시듯,
삶 속에서도
기막히게 아름다운 것들을
자연에서 발견해 내고는 그 경험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셔.
들판에서 피어난 국화에 감탄하셨을 테고,
그 감탄을 묶고 또 묶어
전시장 천장에 걸어두셨겠지.
우리도 그걸 보고 처음에 탄성을 질렀잖아.
향기며 모양이며, 너무 놀라워서.
전시실에 국화향이 가득했는데,
전혀 과하지 않았어.
몸에 스며들듯 은은하고, 기분 좋은 향기였지.


들국화 샹들리에!
바닥에 누워서 봐도 진짜 좋더라.



신발장에까지 국화라니,
역시 선생님다운 센스지.
“이렇게 하면, 고약한 발 냄새가 없어지잖아."
올가을엔 나도
신발장에 국화 한 다발, 따라 해보려고.

이건 그때 찍은 연꽃 연적이야.
선생님 작품 중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
언젠가는 나도 꼭 만들어보고 싶어.

🔥 불의 길, 흙의 시간
전시장 옆, 언덕 아래에
용처럼 길게 뻗은 전통 용가마, 기억나지?
바싹 발린 소나무 장작을 이틀 밤낮으로 넣으며
수작업으로 불을 때는 거야.
장작 하나, 불꽃 하나에까지
도공의 숨결이 깃들어 있지.


사진 속 불빛, 봐봐.
진짜 살아 있는 불이야.

🪵 황토로 지은 토방




곤지암 가는 길에
오랜만에 폰 속 사진들을 보는데,
기억이 다시,
오늘 일인 것처럼 생생하네.
선생님께선 늘
"시골 할아버지 집이다"
"고향이다" 생각하고 편히 놀러 오라고 하셔.
매번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참 감사해.
도착하면 수다 실컷 떨고,
선생님께 네 안부도 꼭 전해드릴게.
그럼, 안녕!
fr. NOONA
📮 하노이에서 온 편지
베트남 북부 화빙(Hòa Bình)과 하노이를 오가며,
동생이 띄우는 시골 풍경과 안부를 엮습니다.
'별톡톡 letters > 하노이에서 온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28 - 야근 뒤, 초록빛 아침이 왔습니다 (2) | 2025.05.21 |
---|---|
Ep.27 - 임금님의 자리 (2) | 2025.05.20 |
Ep.25 - 베트남 시골길을 달리며, 그리운 마음을 보냅니다 (4) | 2025.05.16 |
Ep.24 - 자연 곁에서 배우는 것,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9) | 2025.05.15 |
Ep.23 - 벼가 익어가는 베트남 아침, 화빙 들녘에서 온 편지 (8) | 2025.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