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 추천으로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봤다.
보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보고나선 생각했다.
‘동생도 이 장면에서 울었겠구나.’
그 아이는 눈물이 많다.
누가 울면 같이 울고, 그런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가슴이 뭉클하면 왜 눈물이 날까?
우리가 흘리는 눈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슴이 뭉클해 솟아나는 눈물,
지쳐서 터져 나오는 눈물,
서러워 뚝뚝 떨어지는 눈물,
삶이 무거워 흘리는 눈물도 있다.
하지만 이 다큐를 보며 흘린 눈물은
그런 눈물들과는 결이 달랐다.
그건 내 안에 오래된 먼지를 걷어내는 눈물,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정화의 눈물이었다.
나의 눈물샘에 마중물을 부어준 분은
김장하 선생님이셨다.
김장하 선생님은 평생 한약방을 운영하며
가난한 이들을 도왔고,
이름을 내세우지 않은 채
조용히 학교를 세우고 장학금을 나누었다.
또 지역의 작은 서점이 문을 닫지 않도록,
문화단체와 여성운동, 전통예술의 재조명까지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그가 돕는 일에는 조건도, 이름도 없었다.
장학금 수여식도 없었고,
누구를 얼마나 도왔는지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손길은 늘 조용했다.

다큐에는 그가 돕고 키운 이들,
조용히 곁을 지켜본 이들,
그리고 그의 삶에 감화되어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 친구는 말한다.
그 친구처럼 나는 못살아요.
그는 신이에요.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김장하 선생님은 삶으로 신성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또 어떤 이는 그를 스님 같다고도 했다.
가르치지 않으면서 가르쳤고,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사람을 이끌었다.
그중에서도
헌법재판관 문형배 판사의 인터뷰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그는 김장하 장학생이었다.
한 공개 석상에서 그는
김장하 선생님의 이름을 꺼내려던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야,
이렇게 말을 이었다.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찾아뵜을 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에게 갚지 마라.
나는 사회에 있는 것을 그대로 나눈 것뿐이다.
갚고 싶다면, 사회에 갚아라."
그 말 앞에서 그는 또 한 번 배웠을 것이다.
감사마저 나만의 소유로 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받은 마음조차 비워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았으나, 배웠다
베풀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삶.
김장하 선생님을 표현하는 말로 다큐에서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는 불교 개념이 등장한다.
상(相)을 두지 않고 베푸는 것.
누가 받았는지도, 누가 주었는지도 기억하지 않는 나눔.
그건 철학이나 깨달음이 아니라
김장하 선생님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었다.
베풀면서도 기억되지 않기를 택한
이 시대의 참어른, 김장하
그의 선행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
세상을 조금씩 나은 쪽으로 돌려놓았으며,
그의 삶의 방식이
지금도 누군가의 삶 속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이것이 다큐 《어른 김장하》 가 전하는
가장 깊은 진심이다.
by 별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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