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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토리 🧸

영유아 연장보육과 글로벌 돌봄 체인

by 별톡톡✨️ 2025. 4. 5.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에는 정말 많은 손길이 필요해요. 이 글에서는  한국의 영유아 돌봄 현실과 글로벌 돌봄 체인의 구조를 함께 살펴볼 거예요. 사랑, 책임, 그리고 생계로 연결된 돌봄의 가치와 의미도 돌아볼 거고요. 

 
아이들과의 하루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어린이집 연장반 보육교사다.
이곳에서 나는 아이들과 저녁까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해가 지고, 창밖이 어둑해질 때까지 어린이집의 하루는 이어진다. 
어떤 아이들은 12시간 가까이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긴 하루가 반복된다. 
긴 시간 동안 활기차게 잘 놀다가도, 
어떤 날에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럴 땐 이렇게 묻곤 한다.
"선생님, 엄마 언제 와요?"
"엄마 보고 싶어?"
"네..."

이 질문은 과거의 어느 날을 떠올리게 했다.
폴란드 대사를 인터뷰하던 날, 
그의 자녀가 인터뷰 중간에 들어왔는데,
보모가 놀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곁에 엄마가 있었는데도 육아는 보모 몫이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모두에게 인사하며 나오는데,
보모의 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제 아이는 고향 나라(필리핀)에 있어요. 
지금 다른 여성이 제 아이를 돌보고 있고요. 
저는 한국에서 이 집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
제가 번 돈은 제 아이의 양육비로,
고향에서 제 아이를 돌보는 그녀는
또 자기 아이를 위해서 일하고 있죠."


그녀의 말속에는 아이를 떠나야 했던 슬픔과 
생계를 위해 희생해야 했던 절박함이 뒤섞여 있었다.

 

글로벌 돌봄 체인과 영유아 보육 현실

영유아는 매일 이 '돌봄의 체계'안에서 살아간다. 부모, 교사, 조부모, 보모, 그리고 친인척이나 이웃. 누군가가 이들을 돌본다.

한국은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보육 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연장반 이용률은 33.6%로, 10 가정 중 3 가정이 추가 보육 서비스를 필요로 하며, 11시간 이상 어린이집에 머무는 영유아 비율은 전체의 약 15%로 추정된다(보건복지부, 2023년 보육통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많은 여성이 가족 생계를 위해 해외로 나가 다른 나라 아이들을 돌본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아이를 직접 돌보는 대신, 고향에서 다른 사람의 손길에 맡겨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다른 이의 자녀를 돌보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아이에게서 멀어져 있다. 이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고국의 자녀를 돌보는 사람을 지원하며, 이는 또 다른 이의 생계를 돕는 연결고리가 된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를 '글로벌 돌봄 체인(Global Care Chain)' 또는 'Care Drain'이라 부른다. 이는 고임금 국가에서 저임금 국가 출신 노동자가 돌봄 노동을 제공하며,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분리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구조를 설명한다(국제이주기구 보고서). 이러한 체계는 사랑과 책임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편으로는 희생과 고통을, 다른 한편으로는 생계의 터전을 형성한다.

어린이 돌봄은 어떤 이에게는 사랑이고, 어떤 이에게는 책임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생계를 위한 절실한 노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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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돌봄의 가치와 의미

돌봄은 단지 한 가정의 책임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아프리카 속담 "이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는 말처럼, 한 아이의 성장은 가족, 지역사회, 국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얽힌 수많은 손길과 연결되어 있다. 현대사회에서 돌봄은 사랑과 연대, 희생과 책임의 가치를 담고 있으며, 이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이고도 지속적인 유대의 상징이다. 

글로벌 돌봄 체인 속에서 우리는 누구도 홀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서로의 부재를 대신하며 기대어 살아간다. 그 과정 속에서 돌봄이야말로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가교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 체계를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by 별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