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 화빙(Hòa Bình)성 조용한 시골과
하노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동생이,
한국 가족에게 띄우는
하루하루의 풍경과 소식을 엮은 기록입니다.
2024.04.24
동생의 카톡 편지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길가 도랑이 시멘트로 뒤덮이고 있어요.
자연물이 인공구조물에 갇히니
마음이 아프네요.
한국 가족의 이구동성 답톡
“지구도 숨 쉬고 싶을 텐데...”
📷 포토 에세이
동생이 보내온 사진들에
제목과 짧은 글을 적어봤어요.
1. 식물의 입장에서 도시는 사막
식물의 입장에서 도시는 사막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자연에 대한 승리’라고 말하지만
식물은 애초에 대결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말없이 뿌리 내리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틈에서 싹을 틔운다.
자연의 조용한 끈기 앞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지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공사 중인 배수로
자연을 닮은 곡선은 사라지고
똑같은 직선만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3. 아이들이 오가는 길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간다.
평평한 도로가 안전해 보인다.
나무 그늘이 함께 하는 이런 최소한의 개발은
반가운 일이겠지.
4. 버스 정류장
표지판은 그 자리에 있지만,
풍경은 멈추지 않고 바뀐다.
5. 자연에 길을 내다
수많은 발걸음과
오토바이의 궤적이 쌓여 난 길.
누구의 설계도 없이 자연스레 생긴 길에선
아직 흙냄새가 난다.
6. 잭프루트 나무
자연은 오늘도 묵묵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7~8. 아기 망고
아직은 새끼손톱만 한 망고,
기다릴게! 잘자라렴!
9. 연잎이 돋아나는 물가
물이 고인 연못 위로
연잎들이 하나씩 머리를 내민다.
계절은 이미 봄에서 여름을 준비 중이다.
10. 모이를 쪼는 닭들
이런 게 사는 거지!
케이지의 닭들이 부러워할 농촌 라이프!
11. 옥수수밭과 사탕수수
콘크리트가 닿지 않은 자리,
코끝 찡한 흙내음 풍기는 대지는 살아서,
우리가 생명을 이어갈
자연의 친구들을 키우고 있다. 💕
✉️ Ep.1 이방인이 본 화빙(Hòa Bình)성의 첫날
✉️ Ep.2 화빙성 떤락의 여명부터 노을까지
✉️ Ep.3 하노이 근교 화빙성의 시골 풍경, 자라나는 것들을 바라보며
✉️ Ep.4 지구도 숨 쉬고 싶을 텐데 (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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