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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tory

情(정), 오늘은 초코파이 아니고, 청국장에 붙여요.

by 아이좋아💕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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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 그 두 번째 이야기

📌 지난 이야기 보기 →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와 떠난 양평 카페 라온드뷰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와 떠난 양평 카페 '라온드 뷰'

이 글은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라는 별명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태명, 닉네임, 인디언의 이름처럼, 이름은 때로 관계와 기억, 감정을 기록하는 언어가 되기도 하죠.비 오는 어느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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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들를게”라는 말처럼
언니는 주차장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건넨 쇼핑백.
그 안엔 청국장, 김치, 밑반찬
그리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챈
언니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청국장. 언니에게 받고서 깜박하고 냉동칸에 두었더니 하루새 얼었다.

"엄마가 담근 청국장이야.
김치는 얼었다 녹아서 맛이 어떨지 모르겠네."

포기김치를 일정한 간격으로 썰어
일회용 용기에 담아왔다.
돌려받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김치와 청국장이라니.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정겨운 시골밥상이다.

마침 오늘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언니의 마음으로 아침상을 차렸다.

녹두 현미밥, 돌김자반,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김치 청국장

당근, 무, 양파로 채수를 낸 다음,
김치와 김칫국물을 넣고 끓였다. 
그리고 청국장을 풀었다. 
청국장이 풀어지며 퍼지는 냄새,
비 오는 날 부엌 가득 시골집밥 온기가 돌았다.

밥을 뜨고, 김자반을 얹고,
청국장을 숟가락 위에 올렸다.
간이 잘 맞았고,
먹을수록 속이 편안했다. 

비 오는 날, 따뜻한 밥을 먹는다는 건
배달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누군가 나를 떠올리며
직접 챙긴 한 끼를 받는 건 다르다.

그건 “잘 지내고 있지?”라는 말 없이
전해지는 안부다.

어머님이 담그신 청국장 덕분에
비 오는 날의 밥상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었습니다.
언니의 어머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덧붙임 · 청국장 이야기

청국장은 발효 과정에서 풍부한 유익균이 생성되어 장 건강에 특히 좋고, 단백질 흡수율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콩을 그대로 먹기 힘든 이들에게 부드럽게 소화되는 전통 발효식품이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인 청국장 한 그릇, 몸도 속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이유가 있다.

김치만 넣고 끓인 청국장이 퍼지며 퍼지는 온기. 부엌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심하지 않아, 창문을 살짝 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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