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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of Korea

(한복 이야기) 내 옷장엔 왜 우리 옷이 없을까?

by 아이좋아💕 202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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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었을 때,
우리 옷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한복을 입기 시작했죠.
아주 연한 먹색(은빛) 두루마기에 청바지,
한복 치마엔 카디건을 믹스매치했어요.
조용히, 지금의 시간에
우리 복식을 불러왔습니다.

단절된 기억, 옷장 속의 공백

역사란 흐르는 물과 같다.
멈추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명예로운 역사이든, 오욕의 역사이든,
결국 시대의 얼굴을 이루는 자취로 남는다.

나의 역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태어나 기고, 말하고, 서고, 걷고
무수한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지만,
그 여정 어딘가엔 분명히 뚝 끊긴 기억의 강줄기가 있다.
바로, 옷의 역사. 복식의 맥이다.

할머니에게서 어머니로,
어머니에게서 내게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야 할
복식의 전승은 언젠가 내 옷장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우리 옷의 기본인 치마저고리도,
봄부터 가을까지 두루 입기 좋았던 무명옷도,
겨울을 따뜻하게 지켜주던 누비옷도 보이지 않는다.

“세월이 변했잖아!
지금이 조선시대인 줄 아니?”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시대가 변했다고
우리말의 원형이 사라지지는 않았잖아. 
너에게 옷은 어떤 의미니?”

유구한 복식사, 그리고 나의 짧은 인식

상고시대에서 삼한, 고려, 조선을 지나
한민족의 복식은 반만 년 동안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역사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라는 인위적인 단절은 그 오래된 흐름을 가차 없이 끊어놓았다.

‘불편하고 고루한 옷’이라는 왜곡된 인식은,
우리 옷을 일상에서 천천히 밀어냈다.

하지만 우리 옷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옷의 주인인 우리가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 옷은 시대의 굴곡을 견디며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변화하며 이어져왔다.

트렌드와 클래식, 이 둘은 옳고 그름을 따질 가치가 아니다.
우리가 클래식을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라 부르는 이유는
잠깐 스쳐 가는 유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의 무게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옷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완벽한 클래식이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이어져 온,
살아 있는 시간의 의복.
그 오랜 흐름을 외면하며 살아온 나는
어쩌면 나를 가장 나답게 표현할 수 있는 복식을 놓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한복을 입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걸어왔던 그 길 위에 한 번쯤 서 보자는 것.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존재할 우리 옷의 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옷은,
고구려 복식

내가 가장 애정하는 우리 옷은 고구려 시대의 복식이다.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 위치한 고구려 무덤, 무용총(舞踊塚).
그 벽화에 그려진 인물들의 옷을 볼 때마다, 나는 숨을 고르게 된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 정기환 필 《무용총 무용도》

▲ 무용총 벽화 중 무용도. 고구려인의 율동과 의복 표현이 살아 있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 정기환 필 《무용총 옥우도》

▲ 무용총 옥우도. 고구려 시대 건축 표현과 함께 복식이 담겨 있다.

출처 : ( 무용총벽화 시중드는여인 『북한의 문화재와 문화유적』Ⅰ (2011), p.195 https://www.kculture.or.kr/clothes/code/941/menu/921/idx/249/currentPage/4

▲ 무용총 벽화 속 시중드는 여인의 복식. 실루엣과 디테일이 뚜렷하다.
 

🔍 관련 이미지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 정기환 필 《무용총 무용도》, 《무용총 옥우도》
  • 『북한의 문화재와 문화유적』Ⅰ (2011), p.195 – 무용총 벽화 시중드는 여인
  • 한국문화정보원 복식 코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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