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여행) 탄도항 누에섬의 노을

햇살 위로 길이 열리는 바다, 탄도바닷길의 시작점. 썰물이 시작되며 서서히 드러나는 길 위에, 바람개비처럼 선 풍력발전기들이 바다 위 장관을 만든다.

물이 길이 되고, 노을이 문이 되는 곳

사람들은 누에섬에 노을을 보러 간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낭만이고, 누군가에겐 힐링인 그곳에서
엄마와 나란히 황금빛 노을을 마주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될 만큼 특별했다.
경기도 안산시 탄도항, 누에섬으로 향했다.
바다가 길을 허락해주는 짧은 틈.
그 안에 엄마와의 하루치 여행을 담았다.

---

바다가 잠시 허락한 길, 탄도바닷길

탄도항에 도착하자 바람이 먼저 인사했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잔잔했다.
주차장을 지나 걷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의 시선이 발끝으로 쏠려 있었다. 
그 순간,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단 두 번,
바닷물이 갈라지며 잠시 드러나는 그 길.
탄도 바닷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길의 끝에는, 작은 무인도 누에섬이 있었다.
바다 위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햇빛을 따라 길이 열리고, 섬을 향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바닷길이 열리자 누에섬을 향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하루에 단 두 번, 바다가 내어주는 기적이다.

드라마 속 풍경, 현실이 되다

JTBC 드라마 <킹더랜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도 등장했던 바로 이곳.
화면으로 봤던 장면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그 어느 장면보다 아름다웠던 건
엄마와 함께 한 바다 위의 시간들. 
엄마는 요즘,
예전처럼 오래 걷지 못하신다.
이번 여행에서도 몇 걸음 걸으시다
"나 여기까지만 갈게"하시며
조용히 뒤에 남으셨다.
우리는 결국 섬 가까이까지는 가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시며
"이렇게 앉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하셨다.

엄마가 어느덧 인생의 황혼에 서 계시다는 걸
눈앞의 바다보다 더 선명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바다가 잠시 허락한 길 위에서 동생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이곳에서 우리 가족의 풍경도 그려지고 있었다.

엄마와 노을을 마주하며

해가 천천히 바다를 향해 기울고,
물비늘이 금빛으로 바뀌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붉고,
바다는 주황빛과 분홍빛이 섞였다.
엄마는 조용히 석양을 바라보셨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곳, 탄도항의 일몰.

해가 수평선 너머로 내려앉는 순간, 주황빛이 바다를 감싸며 하루가 서서히 접힌다.

엄마의 느려진 걸음과
노을빛이 겹치던 날

누에섬은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자연이 잠시 길을 열어줄 때에만
그곳에 닿을 수 있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노을은 매일 지겠지만,
엄마와 함께 본 노을은 다시 오지 않겠지. 
엄마의 느려진 걸음과 노을빛이 겹치던 날, 
그 순간은 시간을 멈춘 풍경이었다.

---

📍 여행 정보

- 위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7 (선감동)
- 문의 및 안내: 대부도관광안내소 1899-1720
- 이용 시간: 상시 개방
- 진입 가능 시간: 썰물 시간 기준
👇 탄도항 물때 시간표
https://www.badatime.com/1315.html

갈매기들의 작은 광장, 탄도항 방파제 풍경.

 

사람들 옆에서 거리낌 없이 노니는 갈매기들.

📍 누에섬 방문 시 참고사항

• 바닷길 열리는 시간: 간조 전후 약 1시간 30분 동안 바닷길이 열리므로, 이 시간을 고려하여 방문 계획을 세우세요.
• 현장 물때표 확인: 탄도항 입구에 누에섬 물때 시간표가 게시되어 있으니, 도착 후 한 번 더 확인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