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톡톡 letters/하노이에서 온 편지

Ep.24 - 자연 곁에서 배우는 것,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별톡톡✨️ 2025. 5. 15. 11:42

📩 동생의 편지

밤새 안녕하셨는지 문안 인사 올립니다.

논밭을 옆으로 두고서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서 자전거를 타고 가며 맞이하는 풍경은 항상 멋집니다. 오늘은 흐린 아침날씨로 인해서 어제와 같은 생동감과 활기참 보다는 차분함이 느껴지는 자연의 모습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이 일터가 아니고, 회사에서 제공한 생산현장과 사무실 책상이 일터이기에 제도권 교육을 받고, 각종 증명서도 발급받고, 입사 원서도 제출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회사에 들어간 후에도 열심히 헤쳐나가야만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되게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농경 사회는 부지런함을 기반으로 적절한 지식과 지혜를 갖추면서 자연의 베품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곳에 공장을 짓고서 열심히 인원 모집을 하고는 있지만, 이곳에 익숙한 사람들의 삶의 뿌리를 흔들어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높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는, 자연에서 놀면서 체력도 기르고, 날씨에 대한 감각도 키우면서 농경 관련 직업을 수행하도록 체득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발을 페달을 밟으면서, 동시에 두뇌는 이런 생각들로 가득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 새소리, 풀벌레 소리, 멀어지는 오토바이 소리… ‘살아 있는’ 아침의 소리들.

💌 동생에게

같은 길을 가도
자연은 아침마다 옷을 갈아입는 것 같아.
늘 새로운 모습으로 맞이해주네.

부라더, 새로운 지역에서 일하면서
아침을 늘 자연과 호흡하고,
운동으로 몸을 깨우는 습관이 참 멋지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그곳 풍경과 아주 잘 어울린다. 
공장이 들어서면서 흔들릴지도 모를
지역 사람들의 삶의 뿌리를 걱정하는
너의 마음이 참 귀해.

무언가를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오래된 것들을 밀어내기보다,
그 땅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어울려 살 수 있다면 좋겠지.
그 바람을 품은 너라면,
어디에서든 중심을 잃지 않을 거야.

나도 오늘 중심을 잡고 잘 살아보려 해.
배가 통통, 아니 퉁퉁해서
이미 중심이 잘 잡힌 걸지도? ^^
 😉

fr. NOONA

노트북 바탕화면 사진을 바꿨어.
부라더가 보내준 초록 풍경 덕분에
눈이 시원하다.
Thanks, Brother!

📮 하노이에서 온 편지
베트남 북부 화빙(Hòa Bình)하노이를 오가며,
동생이 띄우는 시골 풍경과 안부를 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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