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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와 떠난 양평 카페 '라온드 뷰'

별톡톡✨️ 2025. 4. 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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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라는 별명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태명, 닉네임, 인디언의 이름처럼, 이름은 때로 관계와 기억, 감정을 기록하는 언어가 되기도 하죠.
비 오는 어느 일요일, 언니와 함께 서울 근교 양평 카페 ‘라온드 뷰(Raon De View)’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에세이처럼 스며든 하루의 기록을 꺼내봅니다.

비가 많이 내려, 카페의 예쁜 대문과 정갈하게 가꿔진 정원의 풍경을 아쉽게도 사진에 담지 못했다. 대신 입구 벽에 새겨진 나태주 시인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이 공간을 만든 이의 마음을 조용히 들려주는 듯했다.

 

이름, 닉네임, 아이디
우리가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 

이름은 개인을 식별하는 수단일까?
아니면 마음과 기억을 담은 특별한 조각일까? 
아기 태명도 그 중 하나다.
'콩콩이’, ‘딸기’, ‘두리’처럼
부모가 아기를 기다리며 지은 첫 번째 이름은
사랑과 기대, 관계의 언어로 탄생한다. 

블로그 닉네임, SNS 아이디도 이름의 한 종류다.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아이디를,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기호, 꿈, 개성을 담아
닉네임을 만든다. 
이름은 자신이 구별되고, 기억되고,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인디언의 이름짓는 법

북미 원주민, 인디언들에게 이름은 훨씬 더 깊은 의미다.
그들에게 이름은 한 사람의 영혼, 삶의 궤적, 그리고 자연과의 연결을 담아내는 상징이다.
이름을 짓는 일 자체가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의식이며,
그들의 신념 속에서는 기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태어날 때 새벽 빛 속에서 첫 숨을 쉬었던 아기는 ‘Morning Star(아침의 별)’, 공동체의 운명에 대한 강한 유대감을 지닌 이에게는 ‘Gathering Thunder(모이는 천둥)’, 평화롭고 신성한 마음을 지닌 이에게는 ‘White Feather(하얀 깃털)’이라는 이름이 주어질 수 있다.
이름이 한 개인 또는 가족의 서사, 나아가 공동체의 운명을 상징한다는 사실. 인디언의 작명 방식은 오래도록 내게 흥미로운 주제였다. 

나 역시 내 방식대로 최근 한 사람에게 닉네임을 붙였다.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

이 이름은, 밥을 사달라는 나의 바람이 아니다.
언니의 따뜻한 마음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었던
애정의 표현이다. 


그 이름엔,
언니가 보여준 배려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담겨 있다. 
마스크가 귀하던 때, 조용히 나눠준 마스크 한 뭉치.
한 기관에서 제 시간에 못온 사람들을 대신해 무수한 택배 상자를 묵묵히 포장해 주던 숱한 날들.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사는 사람을 언제나 데리러 가고,
일을 마친 뒤에는 대수롭지 않게 데려다주던 정성.
이른 아침 회의 시간, 삶은 달걀을 챙겨 와
우리의 허기를 말없이 달래주던 손길.
그리고 매번, 먼저 밥을 사겠다고 말하는, 참 예쁜 언니.
그 모든 순간이 고스란히,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라는 이름에 켜켜이 들어 있다. 

만약 인디언식으로 이름을 붙였다면, 
'비오는 날, 함께 길을 걷는 자'라고 불렸을지도 모른다.


비 오는 날, 라온드 뷰로

일요일 아침,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와 즉흥적인 서울 근교 나들이를 떠났다.
목적지는 북한강이 흐르는 양평 서종 문호리의 카페 라온드뷰(Raon De View).
초록창에서 보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여기 가자! 

카페 라온드 뷰 본관. 사람들이 빠져 나간 자리만 촬영했다. 마를린 먼로와 오드리 햅번이 풍선껌을 부는 모습이 재밌다. 핑크, 민트 컬러가 공간에 포인트가 되기도.

서울에서 차로 대략 1시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강물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카페는 넓은 정원을 중심으로 본관과 별관이 나뉘어 있었다.
소나무와 북한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다.

고요한 북한강을 배경으로, 굽이진 소나무들이 제각각의 자세로 서 있다.
본관과 연결된 야외 데크. 북한강이 한눈에 보인다.

도착하자마자, "하~"
숨이 저절로 터질만큼 공기가 서울과 달랐다. 

자전거도로, 산책로를 따라 개나리가 샛노랗게 피어 있다.
비를 맞으며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제 대추생강차. 은은한 대추의 단맛과 생강의 알싸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깊고 고급스러운 맛.

언니와 나는 생강대추차로 몸을 녹이고, 
비가 잦아든 틈에 강변 산책길을 따라 걸어보려 했지만 
굵어진 빗방울과 바람 탓에 포기해야 했다. 
대신, 친절한 주인장님의 추천에 따라
벽난로가 있는 별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별관 안쪽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창틀이 액자처럼 풍경을 담고, 그 안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공간이 있다.
별관의 한쪽 풍경. 천장에서 길게 늘어진 물방울 같은 조명이 공간을 은은하게 밝혀준다.

의자 두 개를 벽난로 앞에 놓고 앉아 폰으로 노래를 들었다. (실내에 우리뿐이어서 가능했던 일)
Sasha Sloan의 ‘Older’,
김기태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 😊


카페를 떠나 근처 한식집에서 곤드레밥과 더덕구이로 저녁을 먹었다.
따뜻한 돌솔밥과 수십 번의 손이 갔을 여러 가지 나물 찬들에 마음까지 채워졌다.

서종면 문호리 청기와식당에서 먹은 곤드레 돌솥 더덕구이 정식. 짭짤한 안동고등어구이와 정성 담긴 반찬들이 한 상 가득.

돌아오는 길,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다시 흩날렸다. 
다양한 모습의 비와 함께 마침내 도착한 곳은, 
맞다. 우리 집앞이었다.
그리고 언니는 말했다. 
“언제든 어디 가고 싶으면 이야기해.” 


'밥 잘 사주는 예쁜 언니'라는 이름에는 언니가 늘 보여주는 배려와 따뜻함이 담겨 있다. 
태명, 닉네임, 아이디, 그리고 인디언의 이름처럼,
이름은 호칭을 넘어선 다층적인 이야기다.
양평 카페, 라온드 뷰에서 보낸 하루 역시, 그 이름처럼 '기쁨이 머무는 풍경'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Raon De View (라온드뷰) 안내

📍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409-5
🚗 서울에서 약 1시간 거리
🌿 북한강 뷰 / 잘 가꿔진 정원 / 본관 + 별관 / 벽난로 / 루프탑 / 데크 좌석
🍽️ 식사, 디저트, 차, 커피 등 다양한 메뉴가 있어요.

라온드 드 뷰 메뉴들

🅿️ 근처 야외에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 방문 전 인스타그램 @raondeview 참고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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