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캐리어 대신 가벼워진 마음, 그날의 아주머니께
몇 년 전의 일이에요.
건강이 무너졌던 저는 시골로 요양을 떠난 적이 있어요.
‘요양’이라는 단어가 제 삶의 일부가 될 줄은, 그 전까진 정말 몰랐죠.
그런데요, 일상이 멈춘 줄 알았던 그 시간은,
사실, 고장난 삶의 나침반을 고치는 시간이었어요.
산속 마을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 덕분이기도 해요.
모두 도시에 살다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와 모인 사람들,
우린 금세 친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산골소녀들처럼 매일 천진하게 보냈어요.

비 오는 날에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죠.
운동과는 거리가 먼 저였는데,
어느새 날다람쥐처럼 산을 탈 정도가 됐어요. 😎
또 차로 한참 가야 마트가 있는 깊은 산속에 살다 보니
빵은 커녕 가공식품은 꿈도 못꿨죠.
간식은 오디, 산딸기, 옥수수, 보리수...
별식으론 쑥이 지천이라 쑥을 뜯어 떡도 해 먹고...
꼭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요. ^^

어느날 우연히 마주친 대나무 숲엔 죽순이 어찌나 많던지요.
3년 가까이 이곳에 살았다는 한 친구 덕분에 매일이 "심봤다"의 연속!
그 죽순은 동네 아주머니들께 삶아달라고 부탁드려, 며칠간 밥상에 올랐답니다.

그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가공식품을 딱 끊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다보니,
두 달도 안돼 건강이 많이 회복됐어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정이 듬뿍 든 산속 친구들과 눈물 글썽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짐을 싸서 집으로 향했어요.
서울역, 숨이 막히던 순간의 선물
드디어 서울역.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공기였어요.
몸이 놀랄만큼 서울 공기는 아주 매캐했죠.
숨이 턱 막히는 듯했지만, 한편으론
‘아, 돌아왔구나’ 싶은 묘한 안도감도 들었어요.
집에 가는 전철로 갈아타기 위해 환승 구간 도착!
오마이갓!
엘리베이터도, 에스컬레이터도 없다니...
걷는 건 문제 없는데, 캐리어가 문제였어요.
이걸 어떻게 들고 가지...
저는 계단 아래서 일시 정지 모드가 됐답니다.
그때, 들려온 소리...
“이리 줘봐요!”
낯선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제 캐리어를 들고 뭐라 말씀드릴 새도 없이 계단을 오르시는 거예요.
저는 얼떨결에 뒤따라 올라갔죠.
도착해서 감사 인사를 겨우 꺼내려던 찰나,
그분은 눈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인파 속으로 사라지셨어요.
잠깐, 제 곁에 천사가 다녀가신 걸까요?
그 마음을 전할 길 없어,
오늘 이 곳에 조금 늦은 인사를 남깁니다.
그날,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그 계단 아래를 떠올려요. 💕

별톡톡 letters
가족, 친구, 그리고 삶에서 만난 고마운 분들께 마음을 전하는 공간입니다.
저의 사랑과 감사가 별빛처럼 흘러, 여러분의 삶도 반짝이길 바랍니다.
by 별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