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톡톡 letters/thank you, always

무거운 캐리어 대신 가벼워진 마음, 그날의 아주머니께

별톡톡✨️ 2025. 6. 26. 02:25

몇 년 전의 일이에요.
건강이 무너졌던 저는 시골로 요양을 떠난 적이 있어요. 
‘요양’이라는 단어가 제 삶의 일부가 될 줄은, 그 전까진 정말 몰랐죠. 

그런데요, 일상이 멈춘 줄 알았던 그 시간은,
사실, 고장난 삶의 나침반을 고치는 시간이었어요. 

산속 마을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 덕분이기도 해요.
모두 도시에 살다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와 모인 사람들, 
우린 금세 친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산골소녀들처럼 매일 천진하게 보냈어요.

비 오는 날에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죠.
운동과는 거리가 먼 저였는데,
어느새 날다람쥐처럼 산을 탈 정도가 됐어요. 😎

또 차로 한참 가야 마트가 있는 깊은 산속에 살다 보니 
빵은 커녕 가공식품은 꿈도 못꿨죠. 
간식은 오디, 산딸기, 옥수수, 보리수... 
별식으론 쑥이 지천이라 쑥을 뜯어 떡도 해 먹고... 
꼭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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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우연히 마주친 대나무 숲엔 죽순이 어찌나 많던지요. 
3년 가까이 이곳에 살았다는 한 친구 덕분에 매일이 "심봤다"의 연속! 
그 죽순은 동네 아주머니들께 삶아달라고 부탁드려, 며칠간 밥상에 올랐답니다. 

 

그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가공식품을 딱 끊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다보니, 
두 달도 안돼 건강이 많이 회복됐어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정이 듬뿍 든 산속 친구들과 눈물 글썽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짐을 싸서 집으로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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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숨이 막히던 순간의 선물

드디어 서울역.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공기였어요.  
몸이 놀랄만큼 서울 공기는 아주 매캐했죠.  
숨이 턱 막히는 듯했지만, 한편으론  
‘아, 돌아왔구나’ 싶은 묘한 안도감도 들었어요.

집에 가는 전철로 갈아타기 위해 환승 구간 도착!
오마이갓!
엘리베이터도, 에스컬레이터도 없다니... 
걷는 건 문제 없는데, 캐리어가 문제였어요.
이걸 어떻게 들고 가지... 

저는 계단 아래서 일시 정지 모드가 됐답니다. 

그때, 들려온 소리... 

“이리 줘봐요!”

낯선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제 캐리어를 들고 뭐라 말씀드릴 새도 없이 계단을 오르시는 거예요.
저는 얼떨결에 뒤따라 올라갔죠.

도착해서 감사 인사를 겨우 꺼내려던 찰나,
그분은 눈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인파 속으로 사라지셨어요.

잠깐, 제 곁에 천사가 다녀가신 걸까요?

그 마음을 전할 길 없어,
오늘 이 곳에 조금 늦은 인사를 남깁니다.

그날,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그 계단 아래를 떠올려요. 
💕

별톡톡 letters
가족, 친구, 그리고 삶에서 만난 고마운 분들께 마음을 전하는 공간입니다.
저의 사랑과 감사가 별빛처럼 흘러, 여러분의 삶도 반짝이길 바랍니다.

by 별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