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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손 작가 <꼬리로부터> – 감각을 깨우는 체험형 미술전시 @성수동 헬로우뮤지움

별톡톡✨️ 2025. 6. 14. 02:06

인간에게 꼬리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기관처럼 보입니다.
진화의 흐름 속에서 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지나손 작가는 말합니다.
“꼬리는 아주 특별한 힘을 갖고 있어요. 꽁무니에 숨어 있지만 가장 진실하지요.”

《꼬리로부터》
는 바로 그 사라진 ‘꼬리의 힘'을 되찾는 여정입니다.



6월 12일, 성수동 헬로우뮤지움에서 《꼬리로부터》 전시를 관람했어요.
진작 갔더라면 더 많은 분께 추천했을 텐데, 내일(6/14 토) 단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그럼에도 아직 하루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에요.
시간이 된다면, 아이와 함께 전시에 가보시기를 진심으로 추천드려요.

첫 번째 꼬리 – 꼬리구름이라는 상상

입장 시간에 늦어 10분가량 앞부분을 놓쳤어요.
작가님이 천장에 매달린 조형물을 가리키며, 질문하던 순간에 관객 속으로 들어갔어요. 
“여러분, 저게 뭐 같아요?”
아이들이 큰 소리로 외쳤어요. 
“바지요!” “양말이요!” “구름이요!”
작가님은 웃으며 말했어요. 
“꼬리구름이에요.”

그 순간부터 이 전시는 조금씩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 꼬리 – 세상 모든 붓

다음 방에 들어가려면 조금 특별한 준비가 필요했어요. 
에듀케이터 분들이 건네주는 우비와 장갑, 비닐 신발 커버를 착용하고 입장했지요.

지나손 작가는 뭐든 붓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직접 만든 붓 중에는 운동화, 파리채, 심지어 상추붓까지 있었어요. 도구가 달라지니 표현되는 선과 질감도 달라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미 벽에는 전에 다녀간 관객의 그림이 오렌지색 물감과 오일 크레용으로 겹겹이 쌓여 있었어요.
그 위에 오늘의 관객들이 덧그림을 그려나갑니다. 
아이들이 먼저 달려들어 그리기 시작하자, 어른들도 자연스레 따라 그렸어요.

생전 처음 보는 꼬리붓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내가 지금 예술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사라지고
그냥 무언가를 ‘하는 즐거움’만 남습니다.

세 번째 꼬리 – 선을 그으며 질주

이어진 방에는 ㄷ자 형태의 벽면에 수묵화처럼 멋진 선들이 가득했습니다.
“제가 ‘와~~’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벽에 그림을 그리며 달릴 거예요. 그럼 여러분도 제 꼬리를 물고 따라와 주세요.”
작가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와아~~~!!”
아이들이 손에 목탄을 쥐고 벽에 선을 그으며, 미술관이 떠나길듯 소리를 지르며 작가님 뒤를 따라 달렸어요.

지난 3주 동안 다녀긴 관객의 흔적이 남겨진 벽 위에 우리의 선도 함께 더해졌습니다.

네 번째 꼬리 – 허공에 그리는 그림 

다음 방에서는 드론으로 촬영된 작가의 야외 퍼포먼스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어요.
밀밭과 푸른 천이 어우러진 장면이었죠. 

지나손 작가는 아이들에게 작은 레이저 포인터를 나눠주며 말했어요.
"빛으로 그림을 그려볼 거예요."
신이 난 아이들이 레시저 포인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작가가 손전등으로 달을 만들고, 포인터로 달 주변에 별을 그리자, 아이들은 별자리를 잇듯 재빨리 포인터를 움직이며 별빛을 그려나갔습니다. 
“이번엔 천장에 그림을 그려볼게요.”
“이번엔 바닥에!”
“이젠 허공에!”

아이들은 그 말이 전혀 어렵지 않은 듯,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의 움직임이 어딘가에 기록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마지막 꼬리를 빠져나오며 만난 출구

전시의 마지막 방을 빠져나오자, 재활용 골판지 위에 HELLO MUSEUM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리사이클링 존과 연결된 이 출구 또한, 전시장답게 재활용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전시의 마지막까지, 순환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놓지 않는 디테일이 인상을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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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꼬리 – 작가와의 대화

마지막 전시룸을 지나 나오자, 작가님이 직접 어린이 관객에게 말을 걸며 자신을 소개했어요.
뒤편에는 지나 손 작가의 대지미술 작업 영상이 PLAY 되고 있었고요.
작가님의 설명과는 아랑곳없이 아이들은 말문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모니터에서 상영되는 대지미술 속 영상을 보면서 
“왜 옷에 구멍을 뚫었어요?”라고 묻기도 했죠.
작가님은 웃으며 설명을 이어갔어요.

예술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도 괜찮았어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그 자체가 예술 같았거든요.


전시를 다 보고 나서, 운 좋게 작가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나: “‘꼬리로부터’라는 발상이 너무 재밌어요.”

지나손 작가: “원래는 뮤지엄 전체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조로 기획했어요. 그런데 공간 제약이나 정리 문제로 일부 공간에서만 진행하기로 정했어요.”

나: “ 어른들은 꼬리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안 하는데, 얼마 전에 아이들이 공룡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공룡 꼬리로 싸우는 걸 봤어요.”

지나손 작가: “우리는 꼬리를 별것 아니라고 여기잖아요.
심지어 부정적인 인식도 강하고요. 그런데 저는 눈에 보이지 않을뿐 우리에겐 꼬리가 있고, 오히려 꽁무니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과학자들이 그것을 밝혀주겠죠. 예술가인 저는, 먼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고요.”

리사이클링 존에 전시된 지나손 작가님의 작품들 중 양철 쓰레받이에 그려진 드로잉과 색채가 맘에 들었어요.

여섯 번째 꼬리 – My Story

전시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카 S💗H들과 자주 다녔던 한 유치원 앞을 지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길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 있을까?'

TV 모니터처럼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저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항상 오래 전 조카들과 함께 했던 비 오는 날의 물장구 장난을 생각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그곳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떠올리겠죠.

 

지나손 작가의 색과 드로잉 

직선 하나 없이 흐르듯 움직이는 선, 다양한 이야기가 모여 있는 그림, 따뜻한 색채에 마음을 뺏겼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모든 그림이 아이의 마음처럼 순수하게 느껴졌지요.

사람들이 많아서 작품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는데 이 또한 아쉽습니다. 더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서요.

 

리뷰 요약

처음 만난 꼬리는 그저 ‘긴 붓’이었어요.
난생 처음보는 신기한 ‘꼬리붓’을 들고, 관객은 벽에 오렌지색 물감을 덧칠해요. 작가가 미리 칠해둔 바탕 위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요.

그 순간부터 퇴화된 줄 알았던
꼬리가 나타나고 심지어 자라기 시작합니다.

와아~~~~!” 하고 터지는 아이들의 환호,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벽에 새겨지는 검은 선들,
사방에, 허공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빛의 궤적 ,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걸음의 리듬까지, 
꼬리는 물감이나 선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어요.

누군가는 손에 쥔 붓으로,
누군가는 몸짓과 소리로,
또 누군가는 그저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자기만의 꼬리를 표현합니다.

이 전시는 말하자면,
우리가 스스로를 마음껏 자기 방식대로 표현해도 괜찮다고 허락해 주는 것 같았어요.

결국 지나손 작가가 말하는 ‘꼬리’란, 
우리가 잊고 지낸 감각, 본능, 움직임의 기억을 깨우는 매개였고, 그건 곧 우리 안에 잠든 원초적 에너지였습니다. 

전시 정보
전시명: Yes Kids! 지나손 《꼬리로부터》
일정: 2025. 5. 24. ~ 6. 14. (토)
장소: 헬로우뮤지움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2길 20 헬로우뮤지움 2F)
관람 대상: 모든 어린이와 가족 관객

전시소개
Yes Kids! 지나손 《꼬리로부터》
자연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지나손 작가와 함께하는 가족을 위한 퍼포먼스 전시예요.
지나손 작가는 직접 만든 30개의 '꼬리붓'으로 오렌지색 물감을 벽에 길게 칠해 '세계에서 가장 긴 꼬리'를 만들어요.
그 꼬리는 아이들과 가족의 다양한 몸짓과 드로잉, 소리에 빛이 더해지며 점점 커져가요.

모든 어린이와 가족을 환영해요.

프로그램 구성 
감상: 지나손 작가가 《꼬리로부터》 전시를 위해 드로잉한 대형 작업들
드로잉 활동: 예상치 못한 재미를 발견하는 드로잉 활동을 작가와 함께
더 생각해보기:  책 읽고 그리기, 고요하게 명상하다 끄적거리기, 걷다가 갑자기 그리기! 무엇이든 드로잉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