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1 - 반딧불이와 꿀물
어머님과 누님께
아침에 눈을 뜨니 방안은 깜깜한데,
무언가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뭔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국에서 반딧불이라고 부르는 친구인 듯합니다.
꽁무니 쪽에서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살짝 건드려 보았는데, 미동만 할뿐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임종을 함께하는
마지막 친구인 것 같습니다.
밖에서 죽어가는 반딧불이였다면,
아무런 감흥도 없었을 텐데,
벽 하나를 두고서 방안과 밖이 구분되니
반딧불이 한 마리의 죽음으로
가슴이 좀 답답해짐을 느낍니다.
선을 긋고 구역을 나누면서,
안팎과 네 편 내 편이 구분되며
삶은 무한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시골이라 직원에게 믿을 만한 꿀을
구입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냥 선물이라며 한 병을 주었습니다.
매일 꿀물을 타서 먹기도 하고,
한 스푼씩 입에 머금었다가
목으로 넘기기도 합니다.
오늘은 꿀물을 탔는데,
뭔가 이물인가 하고 보았더니
벌이 있었습니다.
자연산임을 100%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어머님과 누님도 꿀물 한 잔 하시는
달콤한 아침 보내세요.
깜깜한 방안을 밝혀준 반딧불이.
꽁무니 쪽에서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죠.
아침 산책길에 간단한 장보기
직원이 선물해준 꿀
작물을 심기 전에
잘 정비된 밭을 보면서
무언가 일을 착수하기 전에
농부의 삶에서
배움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하노이에서 온 편지
베트남 북부 화빙(Hòa Bình)과 하노이를 오가며
동생이 한국 가족에게 띄우는
자연의 풍경과 따뜻한 안부를 엮은
영상·편지 시리즈입니다.
📮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첫 이야기부터 읽어보세요.
👉 Ep.1 | 이방인이 본 화빙(Hòa Bình) 성의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