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2 - 귀를 열면 들리는 사랑, 마음을 열면 보이는 세상
밤새 무고하신지요?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해외에 있는 저와 같은 처지의 국민을 위해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지요.
하노이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며,
이 글을 올립니다.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옳지요.
이곳은 자연과 함께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참 정겹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침을 맑게 해 주는 새소리가 참 좋습니다.
그런데 새소리가 좋다면서도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귓구멍을 돌리는 게 아니라
눈알을 굴려대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눈알을 굴려대도
맑은 노랫소리의 주인공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소리가 좋으면 귀를 기울이면 될 것을,
생김새까지 보겠다는 욕심에
눈알을 굴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세상만사 누리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적당히 취할 것만 취하고
만족할 줄도 알아야겠습니다.
세상에 오감만족을 누릴 수 있는 일이
그리 흔하겠습니까?
저는 부모의 사랑과 가족의 사랑은
오감만족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 되면 먹을 것을 주시니 입이 즐겁고,
멋진 옷을 채비해 주시니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노라면 눈이 즐겁습니다.
배탈이 나면 어루만져 주시니 체온을 느끼고,
잠이 잘 오라고 자장가를 불러주시니
귀가 즐겁습니다.
똥오줌 기저귀를 갈아주시며
제 코의 수고로움을 덜어주시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습니까?
사랑과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낙인하여
일요일 아침의 발로 찍는 사진과
글이 담긴 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 아들, 동생 올림 -
편지와 함께 도착한 베트남 화빙의 아침 풍경입니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한 장 한 장에 설명을 덧붙였어요.
초록빛 자연으로 눈을 시원하게 열어보세요!

해발이 낮은 구릉지대,
원시림처럼 빽빽한 나무들이 겹겹이 뻗어 있다.

논두렁 사이로 잔잔한 수로가 흐르고,
벼 이삭들이 바람 따라 일렁인다.

짙은 녹음으로 뒤덮인 수직 절벽의 바위산.
산을 중심으로 사탕수수와 밭작물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다.

전경의 아름다운 들꽃 너머로
수확을 앞둔 옥수수밭이 보인다.

새벽까지 내린 비로 대지가 촉촉하고,
군데군데 연무가 피어오른다.
저 멀리 붉은 흙이 드러난 비탈면엔
초록 식물이 서서히 땅을 덮어 간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층층이 이어지는 논의 구획.
낮은 구릉지대의 지형을 따라
벼 이삭들이 연둣빛 물결처럼 산 아래까지 이어진다.

각기 다른 초록빛,
논의 단차와 산의 곡선이 조화롭다.

계단식 논이 햇빛을 받아
비단길처럼 윤기나게 반짝인다.

빗물을 튕기며 달려온 동생의 자전거가
촉촉한 풀길 위에 잠시 멈춰 서 있다.
오늘 포스팅도
동생이 '페달'로 새긴 아침의 기록입니다.

투표했습니다!
📮 하노이에서 온 편지
베트남 북부 화빙(Hòa Bình)과 하노이를 오가며,
동생이 띄우는 시골 풍경과 안부를 엮습니다.